사는 일이 늘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해야 할 일은 계속 쌓이고, 사람과의 관계는 예측할 수 없으며, 속으로 삼킨 말들이 가슴 어딘가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을 때, 저는 이상하게도 산이 생각났습니다.
산은 묻지 않았습니다.
지금 어떤 기분인지, 왜 그런 표정인지, 얼마나 지쳐 있는지를 물어보지 않았고, 아무 조건 없이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도심 속에서 들리지 않던 제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산길 위에서는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여기 있음을 실감하곤 했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에도, 산에 오르면 몸이 먼저 움직였고, 몸이 움직이면 감정이 따라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무거워진 삶의 짐을 잠시 내려놓기 위해, 조용한 산의 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산은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산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게 됩니다.
괜히 말이 줄고, 눈으로 더 많은 걸 보게 되며, 귀로 바람과 나뭇잎의 움직임을 듣게 됩니다.
이 조용함 속에서 저는 언제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걸 느끼곤 했습니다.
힘들었던 기억, 꺼내지 못했던 말, 미뤄두었던 후회들이 걸음과 함께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감정들은 산길을 따라 흘러갔습니다.
누군가 앞에서 털어놓으면 울컥할 것 같은 이야기들도, 산에서는 그저 마음속에서 스르르 정리되었습니다.
그건 마치 무게를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마음 자체가 더 이상 짐처럼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산의 기운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산이 제게 준 가장 큰 위로는 ‘가벼워져야 한다’는 강요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감정도 괜찮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공간이 되어준 것이었습니다.
높아질수록, 오히려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산을 오를수록 이상하게 저는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뿌듯함도 분명 크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남는 건 오르는 동안 비워낸 생각과 감정들이었습니다.
걱정이 많았던 날에는 걷다 보면 “어차피 지금 해결되지 않는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고,
마음이 복잡했던 날에는 정상에서 내려다본 도시 풍경을 보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이상한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산은 묵묵히 오르게 했고, 오르는 동안 저는 하나씩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숨이 찰수록 오히려 머리는 맑아졌고, 땀이 흐를수록 마음은 가벼워졌습니다.
산은 결국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힘을 빼게 만들며 ‘나답게’ 돌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무거워진 마음을 이끌고 산으로 갑니다
삶은 여전히 복잡합니다.
어느 날은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가도, 어느 날은 갑자기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무거워진 삶의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산에 가자. 거기 가면 조금은 나아질 거야.”
산은 제게 위대한 해결책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옆에 있어주며,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선물해 줍니다.
때로는 올라가지 않아도 됩니다.
중턱 벤치에 앉아 쉬다 내려오더라도, 그 시간은 삶을 다시 가볍게 만들어주는 충분한 쉼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삶이 무거워질 때마다 산은 늘 같은 자리에 서서, 내가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있다고요.
그 사실만으로도, 내일을 견딜 힘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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