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저는 ‘잘 사는 삶’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았습니다.
더 많은 걸 이루고, 더 빠르게 성장하며, 더 완벽해져야만 잘 사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일은 책임감 있게 해내려 했고, 쉬는 시간조차 생산적인 활동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몰아붙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성취를 거듭할수록 마음 한구석은 점점 비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몸은 끊임없이 움직였지만, 정작 마음은 정체된 채 답답함만 쌓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 꽉 찬 지하철 안에서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정말 숨 쉬고 있는 걸까?”
답답함과 피로가 가슴까지 올라오던 그 순간부터 저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어졌습니다.
더 잘 사는 방법보다, 제대로 숨 쉬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 변화의 시작이 바로 산이었습니다.
산에서는 호흡이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처음 산에 올랐을 땐 자신 있었습니다.
평소 운동도 나름 했고, 체력에는 크게 문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니 숨이 거칠어지고,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머릿속까지 멍해지더군요.
그 순간조차도 저는 속으로 “더 빨리 올라가야 한다”고 다그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중간에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는 말없이 제 속도로 자라고 있었고, 바람은 느리게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저는 처음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짧은 호흡 하나가 제 마음을 조금씩 가라앉히고, 발걸음을 다시 편안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숨 쉬는 법조차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산은 제게 속도가 아니라 리듬이 먼저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천천히 걷는 길 위에서 삶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오르며 걷는 방식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지도 앱을 보며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몇 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지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바람의 방향, 내 발밑에 밟히는 흙의 감촉까지도 하나하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걷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도 점차 정리되고 마음도 차분해졌습니다.
예전의 저는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았습니다.
멈추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쉬는 시간마저도 쓸모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산에서는 누구도 제게 “빨리 가라”고 말하지 않았고, “조금 쉬어도 된다”고 조용히 허락해주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느꼈습니다.
진짜 ‘잘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성취한 양보다, 내 숨결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요.
삶의 속도보다 중요한 건 나의 리듬이었습니다
요즘 저는 주말이면 산을 찾습니다.
높은 산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숨을 고르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걸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산에서는 휴대폰도 자주 꺼두고, 시계도 보지 않습니다.
대신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제 호흡에 집중하며 걷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그 안에서 제가 지치지 않으려면 나만의 속도와 리듬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산이 알려주었습니다.
등산은 저에게 성공의 공식을 알려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떻게 내 중심을 되찾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숨을 고르지 않고는 끝까지 갈 수 없고, 때로는 멈추는 용기가 더 멀리 나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저는 산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등산은 단지 오르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다시 호흡하게 해준 가장 깊은 배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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