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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모든 것

도시 탈출, 주말마다 산으로 가게 된 이유

by yominews 2025. 7. 12.

언젠가부터 주말이 되면 더 피곤했습니다.
늦잠을 자고, TV를 보고, 가끔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상이 반복됐지만, 오히려 월요일이 되면 더 무기력해졌습니다.
‘쉰다’는 건 단순히 몸을 눕히는 게 아니라, 머릿속을 비우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거라는 걸 그땐 몰랐습니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눈을 감고, 휴대폰을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막연하게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머리를 맴돌았고, 현실은 늘 같은 도심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의 권유로 무심코 따라간 등산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해방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도시의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난 채, 나무와 흙길, 그리고 바람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공간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도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그날 이후로 주말마다 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걷는 것이 전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그 걷는 시간 동안 ‘생각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도시탈출, 주말마다 산에 가는 이유

 

산은 복잡했던 마음의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어줬다

 

도시에서의 삶은 늘 복잡합니다.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끝내야 할 일, 처리해야 할 이메일.
하루에도 수십 개의 알림과 통화, 긴장감 속에서 살아가며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아무것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산에 오르면 달라집니다.
걸음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하나둘씩 비워지기 시작하고, 눈앞에 나무와 길, 돌계단만 남게 됩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일들이 마치 먼지가 걷히듯 정리되기 시작하고, 문제라 여겼던 고민들도 어느새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산에서는 누구도 나를 재촉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으며, 빠르게 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내가 멈추면 길도 함께 멈춰주는 것 같고, 내가 천천히 걸으면 자연도 그 속도를 맞춰줍니다.
이런 리듬을 느끼다 보니, 삶의 속도에도 조율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으로 인정하게 됐습니다.

 

걷다 보니 보이기 시작한 것들

 

산에 오르기 전엔 몰랐습니다.
왜 사람들이 같은 산을 반복해서 오르는지, 왜 굳이 주말 새벽에 일어나서 힘든 산행을 하러 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산에 오르면 매번 다른 풍경이 보이고, 같은 나무도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새벽의 공기,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며 만들어내는 시원한 바람까지.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살아있다’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산에서는 또렷하게 다가왔습니다.
작은 야생화 하나, 나무 껍질의 결, 숲속의 냄새 같은 것들이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제 안의 둔감함을 깨워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산이 특별한 곳이 아니라 삶을 되돌아보는 조용한 거울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는 매주 산으로 향한다

 

이제 주말이면 산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마음이 정리되고, 이유 없이 웃음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내려오면서 마시는 미지근한 생수 한 병, 등산 후 먹는 김밥 한 줄조차도 특별한 순간이 됩니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실내에서 휴식을 선택하겠지만, 저는 산에서의 몇 시간 동안 일상에서 잃어버린 감각과 균형을 다시 찾아옵니다.
산은 내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고,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심의 수많은 관계와 일에 지쳐갈수록 저는 더 자주 산을 찾게 됩니다.
산은 제게 말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알려줬습니다.
덜 말하고, 더 느끼는 법. 빠르게 살기보다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삶의 중심을 다시 나에게 되돌리는 연습.

그것이 제가 매주 산으로 향하게 되는 이유입니다.